본격화되는 인공지능 사회, 우리 사회의 정책적 고민이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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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챗GPT 출시 후 본격적으로 이슈화된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은 지난 몇 차례의 인공지능 붐 시기 때와는 또 한 차원 다른 사회적 반응을 유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열광(hype)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인간의 사고수준에 점차 근접해 가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경탄이 있는 한편, 사회 일각에서는 곧 인간을 넘어설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는 종 자체로서 생존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경지에 근접해가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현재 챗GPT등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이 한편으로는 놀랄만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도화된 패스티시(pastiche) 혹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등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기술적 발전 정도는 현 상태에 대한 정태적 판단이 아니라 최근까지의 발전 속도와 향후 발전 전망을 기반으로한 동태적 판단에 기초하여 평가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업계는 자본의 논리에 기반해 늘 새로운 기술발전에 대해서 과대포장된 전망을 내어놓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조차 일제히 심각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 놓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최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Center for AI Safety가 추진한 서명운동을 들 수 있다. 해당 단체는 아래와 같은 간단한 한 문장의 선언문에 대해 서명운동을 추진했는데, Geoffrey Hinton, Bill Gates, Sam Altman, Demis Hassabis, Ted Lieu 등 학계와 업계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분야 제일의 전문가들이 일제히 서명했다.

서명 문구 원문: “Mitigating the risk of extinction from AI should be a global priority alongside other societal-scale risks such as pandemics and nuclear war.”

(AI로 인한 인류 멸종 위기를 완화하는 것은 팬데믹이나 핵전쟁과 같은 다른 사회적 스케일의 위험들과 동일 선상에서 세계적인 우선순위로 취급되어야 한다.)

• 출처: Center for AI Safety

이 짧은 선언문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AI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팬데믹, 핵전쟁 수준의 잠재적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류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치명적인 위기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경고에 대응하여, 각국 정부도 AI의 위험을 평가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경우, 작년 말부터 연달아 행정명령 등의 형식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업계 대표들과의 만남을 확대해가며 위험을 최소화하고 공익에 부합하는 인공지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의 위협을 하나의 중요 어젠다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공지능 관련 미국 정부의 주요 대응 (2023년 상반기까지)

  • AI 권리장전 청사진 (Blueprint for an AI Bill of Rights) 제시
  •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발표
  • 연방정부 기구의 AI 등 신기술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금지 행정명령 발표
  • AI 업계 4대 기업 (Alphabet, Anthropic, Microsoft, OpenAI) CEO 면담
  • 국가차원에서 책임 있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R&D)을 위한 연구기금 지원
  • 생성형 AI 시스템에 대한 공적 평가방안 발표 등

다만, 미국 행정부의 대응은 어디까지나 “미국 국민의” 안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White House Announcement, 2023. 05.04, “Biden-Harris Administration announces new actions to promote responsible AI innovation that protects Americans’ rights and safety.”) AI가 그 발생지인 미국을 넘어 전 세계와 인류에 급속한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유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제기구 차원의 대응을 제외하고는) 근본적인 정책적 대응은 여전히 각국 정부의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AI가 가져올 중장기적 변화에 대해 충분히 우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에서는 생성형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사이버보안, 거짓정보 확산 등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일부 AI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을지언정 학계와 정부 모두에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미진하다.

결국,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인공지능의 발전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사적 유인동기에 기반한 민간기업의 혁신에서 나오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은 시민사회와 정부를 통한 공공 영역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 발전 동향을 가까이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하루라도 빨리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을 시작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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